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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지 않은 비빔밥

외국인들의 한식체험장면을 TV에서 흔히 본다.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을 먹는 방법은 서툴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비빔밥을 먹는 모습이다. 비벼서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비빔밥이라 한다고 일러주어도 잘 비비지를 못한다. 비빔밥을 처음 대하는 외국인 대부분은 비비지 않거나 비비는 시늉만 하고 비빔밥에 들어간 재료들을 따로따로 먹는다. 끝에 밥만 남으면 맨밥을 먹으면서도 맛있다는 감탐사를 연발한다. 그걸 보자니 거북하고 민망하다.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에게 비빔밥을 "썩썩 비벼서 먹는다"는 말은 정말 낯선 모양이다. 밥을 비빈다는 말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비비는 방법을 배울 의욕도 없는 것 같다. 이걸 보면서 이질적 문화의 대립과 문화적 충격을 생각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배워 익힌 식생..

사회비평 13:40:25

정치와 경제

나라에는 정치라는 세력과 경제라는 세력이 있다. 두 세력의 관계는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빈곤한 후진사회에서는 정치가 경제를 "주무른다."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고 지배한다는 말이다. 개발독재하의 발전도상국에서까지도 정치는 경제를 마음대로 주무른다. 주물러진다. 그래도 큰 탈이 없다. 오히려 공적이 된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확립되고, 나라가 선진국이 되면 정치의 위세는 현저히꺾인다. 덩치가 커진 경제가 정치 앞에서 고분고분할 리가 없다. 차츰 경제가 정치를 주무르는 시대를 열어간다. 정치가 경제를 마음대로 주무르려다가는 난관에 봉착 한다. 마음대로 주물러지지도 않는다. 선진국에서 정치가 경제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몽(迷夢)이다.

사회비평 2026.09.06

구별의 원칙과 구별의 실천: 소소하게 보이는 문제의 심각성

어떤 현상을 다른 현상들과 상식적으로, 규범적으로, 또는 법적으로 구별하는 일은 우리의 일상이라 할 만큼 흔한 일이다. 무엇이 무엇과 다르다, 또는 무엇과 무엇을 분리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하고 산다. 구별의 원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지독한 엄격성을 요구하거나 엄격한 구별을 시도하느라고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보통의 일상이다. 우리는 흑색과 백색을 구별하면서 산다. 그 구별기준을 따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만일 흑과 백을 절대적·배타적으로 구별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대충 넘길 수 없어진다. 실제로는 흑색과 백색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흑색과 백색은 동일 연속선상의 수준차로 구별할 수 있을 뿐이다. 흑색과 백색 사이에는 무수한 중간색이 있다. 중간색들의 어디까지를 흑색으로, 또..

사회비평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