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현상을 다른 현상들과 상식적으로, 규범적으로, 또는 법적으로 구별하는 일은 우리의 일상이라 할 만큼 흔한 일이다. 무엇이 무엇과 다르다, 또는 무엇과 무엇을 분리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하고 산다. 구별의 원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지독한 엄격성을 요구하거나 엄격한 구별을 시도하느라고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보통의 일상이다. 우리는 흑색과 백색을 구별하면서 산다. 그 구별기준을 따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만일 흑과 백을 절대적·배타적으로 구별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대충 넘길 수 없어진다. 실제로는 흑색과 백색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흑색과 백색은 동일 연속선상의 수준차로 구별할 수 있을 뿐이다. 흑색과 백색 사이에는 무수한 중간색이 있다. 중간색들의 어디까지를 흑색으로,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