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이게 어디 싸울 일인가.
동상 하나 이전문제를 놓고 애국자들끼리 너무 심하게 싸우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모셔 있는 독립전쟁 영웅 홍장군의 동상을 독립기념관 같은 데로 옮기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오자 광복회 구성원 등 여러 사람들이 불같이 화를 내고, 이전논의를 시작한 사람들을 매국노로 몰아가고 있다.
독립군의 장수를 잘 모셔야 하고 그분의 동상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애국심이다.
그러나 거기에만 애국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쪽에도 애국심은 있다. 국군의 간성이 될 육군사관생도들에게는 공산당과 맞서 싸우라고 가르치고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자의던 타의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든, 공산당활동 전력의 기록이 있는 분의 동상을 육사교정에 모시고 생도들에게 그분을 추앙하고 그분의 행적을 따르라고 말하기는 조금 찜찜하지 않은가. 젊은 사람들의 그런 의견에도 일리가 없는 게 아니다. 그들도 애국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지 나라를 팔아먹자고 하는 말은 아니지 않은가.
동상이전 제안이라는 일리 있는 말에 대해 어른들이 너그럽게 수용해서 독립기념관이나 광복회 사무실 같은 곳으로 동상을 이전해 잘 모실 수도 있을 것이다. 한번 세워진 홍장군의 동상은 영구불변해야 하고 그야말로 털끝하나 건드리는 것도 역적질이라는 신념을 죽어도 바꿀 수 없다면 이전논의를 시작한 젊은이들, 육사생도들을 잘 타일러 생각을 바꾸게 하면 될 것이다. 불공대천의 원수처럼 서로 으르렁거릴 일은 아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잘 생각하보라.
이순신장군 동상이나 세종대왕 동상을 이전한다고 해도 세상이 이리 시끄럽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 둘] 자충수로구나.
예부터 자충수니 자승자박이니 하는 말이 쓰여왔다. 요즘 아이들은 자살골이라는 말도 많이 한다. 나는 정치판의 자충수 하나를 본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사생결단의 공력을 들여 만들어놓은 검찰수사권 축소를 보고 하는 말이다.
정치인들, 특히 국회의원들은 검찰의 수사권 박탈 내지 축소를 위해 일구월심 심혈을 기울였다. 필사적으로 투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검찰이 할 수 있는 수사의 범위는 대폭 축소되었다. 검찰수사권축소를 위해 진력하던 사람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즐거워할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담당하는 수사의 범위가 좁아지니 검찰은 충분한 여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이제 정치인들의 비리수사에 올인하는 데 필요한 인력, 예산, 시간 등의 자원을 넉넉하게 동원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적어도 수년간 검찰이 벌떼같이 나서 정치인들의 비리를 샅샅이 뒤진다면 구경거리가 흥미진진할 것이다. 수사를 받더라도 어떻게든 검찰의 수사만은 피해보려 한 정치인들의 소박한 갈망이 허망하게 무너졌다. 의도와는 반대의 사태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 셋] 조롱이구나.
전직 기자 한 사람이 한 권의 책값이 5천만 원을 넘는 책을 세 권이나 썼다고 한다. 책을 산 사람이나 판 사람이나 책의 가치가 5천만 원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귀중한 책이라면, 줄잡아 백만부만 인쇄했어도 그 돈이 얼마인가. 이 자들이 인류사회 전체를 조롱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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