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전권부여'라는 허황한 말

운정서실 2023. 10. 24. 08:35

 

   정당이 만드는 혁신위원회에는 어김없이 '전권부여'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당의 책임자들은 혁신위원장에게 당 혁신의 전권을 부여한다고 크게 선언한다. 당초에 혁신위원장 맡을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전권부여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차츰 습관화되었을 것이다.

   지금쯤은 사람들이 전권부여라는 말을 어찌 해석할까? 전권부여라는 말을 별 뜻 없이 그냥 해보는 소리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전권부여라는 말을 食言, 언행불일치, 표리부동과 동의어로 풀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듯싶다.

   전권부여라는 멀쩡한 우리말이 정치권으로 굴러들어가면 오염되어 못마땅한 의미를 묻혀 나온다. 전권부여가 그럭저럭 식상하고, 불쾌하고, 쓸데없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

   혁신위원장의 직무를 기술해 주고, 혁신위가 만든 개혁안이 어떤 절차를 거쳐 채택되고 시행되는가를 결정해 통보하면 충분할 것이다. 그걸 읽어보면 혁신위원장의 권한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혁신위원장의 권한이 전권인지 아닌지는 보는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이다. 공연히 전권부여라는 말을 써서 비난과 조롱의 빌미를 만들 필요는 없다.

   전권부여라는 말을 안 쓰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공산이 크다. 혁신위를 지금 막 새로 만든 정당이 입밖에 내버린 전권부여라는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라도 그 말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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