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부엌에서 음식 만드는 주부들이 음식 간을 보려면 어찌 조금은 꺼림칙할 것 같다. 나쁜 짓 하는 것 같아서 간 보기가 주저될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간 본다는 말이 정치판에서 나쁜 행동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질되고 그런 용례(用例)가 언론을 통해서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논쟁에서는 원래 비속어들이 많이 쓰이고 있을뿐만 아니라, 멀쩡한 언어들도 정치판으로 굴러들어가면 나쁜 말로, 천한 말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비속어를 잘 써야 공직선거에서 득표하는 데 단연 유리하기 때문에 정치꾼들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천민민주주의라는 말까지 나올까.
많은 의견을 듣고 충분히 준비가 되면 행동에 나서려는 사람을 비판하는 데 간 보기라는 말을 조롱조로 쓴다. 이 경우 간 본다는 말은 비겁하게 눈치만 보고 용기도 결단력도 없다는 뜻이 된다. 신중한 것을 간보기라 조롱하지만 신속하고 모험적인 행동은 경솔하다고 비판한다. 정치판에서 양보는 패배를 의미하며 양보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중도는 모호하고 알맹이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중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풀이를 한다.
사람을 헐뜯기 위해 단정한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는 정치판의 작태, 세태가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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