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제왕적 대통령?

운정서실 2022. 2. 27. 13:30

우리나라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帝王的 大統領)이라고 한다. 이 말은 우리 시대에 인기 있는 정치적 수사(修辭)이지만  그저 미신일 수밖에 없다. 정치판의 말쟁이들이 많은 사람을 세뇌하여 제왕적 대통령론을 거의 토속신앙처럼 믿게 만들어놓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라 문제가 많으니 그 힘을 빼놓아야 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제왕적 대통령을  분명하게 정의하지는 못한다. 주장의 근거도 박약하다. 그저 막연히 대통령의 권력이 너무 강해 부패와 탈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중적 감정을 자극해 호의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의 권한축소를 말한다. 특히 공직선거에서는 그것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력이 큰지 작은지 평가할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필요성의 기준, 과거의 기준, 외국의 기준 등 어떤 것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

왜 제왕적 대통령이 되었는지 그 원인도 잘 분석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는 방안의 제시도 어수룩하다. 정부권력의 총량은 그대로 두고 대통령의 권력만 줄이면 권력이동의 풍선효과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큰 두목'의 권력을 줄이면 권력을 더 많이 차지하게 된 작은 두목들의 횡포는 어찌할 것인가.

세상은 끊임 없이 변동하고 발전한다. 지금의 발전단계에서는 정부 팽창보다는 정부축소, 집권화보다는 분권화에 더 많은 가중치를 둘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시장실패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급박했거나, 빈약한 시장을 대신해 국가가 국가발전을 주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의 거침없는 정부 확장은 지속될 수 없다. 이를 역추진 할 필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요청을 바로 보고 올바른 대응을 해야 한다. 작은 정부 추진의 큰 틀 속에서 정부개혁의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정부 개입의 축소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1930년대 미국에서와 같은 뉴딜정책(엄청난 정부 개입정책)을 운운한다면 그것은 정책의 횡설수설이다.

대통령의 권력조정을 논의할 때는 정부의 규모, 정부의 시장개입 수준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요청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인간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면서 동시에 대통령의 무력화를 요구하는 이율배반적 국민정서를 정치하는 사람들이 부추겨서는 안 된다. 일하는 사람에게는 일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의 권한과 책임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의 무한책임을 요구하면서 권한은 박탈하겠다는 것은 놀부식 계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