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어처구니없는 세대갈등, 남녀갈등

운정서실 2022. 3. 25. 10:57

   근자에 인구집단 간의 '갈라 치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닌 게 아니라 그것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되어 있는 것 같다. 공직 선거철이 되면 이 문제가 부쩍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오랫동안 지역갈등과 빈부갈등이 국가적인 문제로 되어있었는데 여기에 남녀 갈등, 세대갈등이 보테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세대별 분리·대립·갈등이 특별히 많이 조명되었다. 남녀의 대립도 시끄럽게 논의되었다. 그러나 우리네 처지에서 연령대별로, 남녀별로 갈라진 사람들이 서로 대립하고 미워할 일인가 싶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고 한다. 나라가 선진화될수록 보통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힘들고, 팍팍해지고, 삭막해진다. 다락같이 높아진 최저생활수준을 따라잡으려면 허리가 휜다. 눈은 끝없이 높아지고 손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니 안고수비(眼高手卑)의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인간성 상실, 소외감, 가치관혼란에 둘러싸인 사람들은 늘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런 형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 어려서부터 조기교육의 지옥에 빠진다. 젊어서는 생계수단을 구해야하는 지옥을 헤매야 한다. 중년이 되면 은퇴 후의 암담함을 마주해야 한다. 늙으면 언제 인생이 끝날지 기약하기 어려운 장수시대의 지옥에 들어간다. 고달픈 노년의 삶은 길고 길어졌다. 지금의 노인들이 어려서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직장은 짧고 인생은 길다"라고 한탄을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선진국의 노인들은 아들 딸 다 키우고 이제 허리 좀 펴고 살겠다고 말하기 어렵다. 손자들을 키워주어야 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후진국시절에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선진국의 어린이는 불쌍하고, 청년도, 중년도, 노인도 불쌍하다. 서로 대립하고 미워할 처지가 아니다. 서로 불쌍히 여기고 서로 측은지심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남자와 여자의 처지도 마찬가지이다. 선진국에서는 남자도 불쌍하고 여자도 불쌍하다. 남녀평등이라는 위대한 성취의 그늘에는 힘겨운 책임과 고통이 있다. 여성해방의 과정에서 여성들은 챙긴 권리보다 월등히 큰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 해방된 여성들은 거칠고 성희롱이 우글거리는 직업세계의 파도에 휩쓸려야 한다. 남성들은 그들의 선행세대(先行世代)가 저지른 여성차별에 대한 앙갚음으로 역차별을 받으면서 징징대고 있다. "부부 맞벌이"는 원칙이 되고 있다. 부부 중 어느 한쪽만 벌어서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남녀관계 설정에 관한 문화적 억압이 사라져 가는 자리는 고독과 방황이 차지하게 된다. 자유로워진 이혼은 파탄난 가정의 불행을 양산한다. 자식이 늙은 부모를 부양한다는 보험은 사라지고 남자나 여자는 죽을 때까지 생존을 스스로 부양해야 한다. 불쌍한 남자와 불쌍한 여자가 서로 대립하고 미워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