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여론정치의 虛實 그리고 明暗

운정서실 2022. 3. 29. 14:12

     시대변화의 조류는 여론정치(輿論政治)를 유행시키고 있다. 여론조사 전성시대가 열렸다. 여론조사와 정치가 손을 잡으면서 여론과 정치는 상호 견제 상호 이용의 교호 작용을 하게 되었다. 여론정치는 참여민주주의의 요청 그리고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에 영합한다. 민주주의, 국민주권주의의 실질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보화의 기술발전은 정보 데모크라시, 여론정치를 촉진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그런 기술발전은 여론 활용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거의 끝없이 넓혀가고 있다.

   효용이 큰 여론정치에도 허점은 있다. 무엇보다도 여론이라는 것이, 여론조사로 측정되는 것이 진정한 민심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여론이라는 것을 헛짚을 수도 있고, 가짜 여론에 현혹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의 기법이 완전하지 않다. 여론조사의 응답자들, 여론표출자들이 부주의하거나 고의로 본심의 표현을 그르칠 수 있다. 여론조사는 옳거나 그른 것을 말해주기보다 자기의 호오(好惡)나 이해득실에 대한 응답자들의 태도를 알려주는 데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론 조사자들, 여론 활용자들은 여론조작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여론의 해석을 아전인수식으로 왜곡해서 사람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이현령비현령의 긑없는 논란 ·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

   위정자들, 정치꾼들이 여론이라는 도구를 오용 · 남용하는 일은 허다하다. 자기 의도를 표현할 때 솔직하지 못하게 남의 말을 핑게삼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네가 싫다"는 말을 "다른 사람들이 너를 싫어한다"라고 표현하는 좋지 않은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정치의 장에는 그런 행티가 비례적으로 더 많은 것 같다. 여론이라는 핑계를 전가의 보도처럼, 조자룡이 헌 칼처럼, 때로는 도깨비방망이처럼 쓴다. 여론이라는 핑계를 듣는 사람들은 그에 승복하지 않으면서도 마땅히 반박할 말을 찾기 어렵다. 그러니 위정자들은 여론이라는 핑계를 국민의 뜻으로 포장하여 자주 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탈없이 물러난 대통령은 드물다. 영어(囹圄)의 몸이 된 사람도 네 명이다. 그러니 사면 · 복권 이야기가 주기적으로 나온다. 과거에는 대통령과 통치지도층이 전직 대통령의 사실상 면책이나 사면, 복권 등을 거의 독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승만을 하와이로 빼돌린 것이 그러했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면한 것이 그러했다. 요즈음은 국민여론을 무겁게 여기거나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꾸미는 것 같다.  지금 세상에서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사면 · 복권을 여론에만 기댄다는 것도 타당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면이라는 것은 거의가 여론을 거스를 수밖에 없다. 사면해주고 싶으면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국민여론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해주기 싫으면 반대여론이라는 핑계를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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