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풍선효과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흔히 쓰이고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진다는 말이겠지. 국가의 형사사법기능, 수사기능에도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여러 해 동안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의 기능 축소 내지 무력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온 정치세력이 있다. 명분이야 어떻든 마음속으로는 그런 노력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한 집단사고의 오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수사권력을 경찰에 넘기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하면서 수사력의 풍선효과에 대한 성찰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하는 말이다.
자기네들이 권좌에 있을 때에는 검찰이 껄끄럽고 경찰은 만만해 보였을 수 있다. 정권교체 후에도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권력의 고삐를 놓치면 검찰보다 더 힘이 세지고 무서워진 경찰의 수사력과 마주하게 된다. 권력을 잃으면 경찰이 검찰보다 훨씬 더 무서워지리라는 걸 모르고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그렇게 열심히 밀고 왔던가.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검찰공화국'이 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절규하면서 '경찰공화국'의 위험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검찰을 무력화하거나 해체하고 대통령이 장악하기 쉬운 경찰을 강화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반대당에서 나온 대통령의 손에 넘겨주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의 지혜는 무엇인가. 목전의 검찰 수사는 막아놓고 보자는 '언발에 오줌누기'인가.
앞으로 나아갈 때보다 뒷걸음 칠 때가 더 어렵다. 산에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다. 수렁에 빠진 사람이 움직일수록 더 깊이 빠진다. 생존수영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물에 빠졌을 때 허우적거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조직이 확장될 때보다 축소될 때 관리하기가 더 어렵다. 늘어날 때의 실책보다 줄어들 때의 실책이 조직에 더 큰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조직감축을 관리하는 활동에 관한 연구영역이 발달해 있다. 그게 감축관리 연구이다. 진격할 때의 군사작전보다 후퇴할 때의 군사작전이 더 어렵고 성공해봐야 생색도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집권할 때보다 정권을 내놓을 때 더 힘든 것은 물론이다. 상실감의 스트레스 때문에, 전비(前非)가 들추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면 점점 더 큰 실책을 저지르고 재기의 기회를 잃게 된다.
검찰을 피하려다 공룡경찰을 만들면 뒷감당을 어찌할 것인가. 검찰을 가름할 강력한 수사기관을 만들어 이른바 '조선 제일의 칼잡이'에게 맡기면 형편이 어찌 될 것인가. 검수완박에 올인하다가 민심만 잃고 건지는 건 없다면, 오히려 크게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된다면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검찰의 수사권을 그대로 두고 수사를 받게 되면 '정치보복'이라고 떠드는 것이 오히려 본전 치기는 되는 장사 아니겠는가.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과하면 화를 부른다. '검수완박'은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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