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Contingency Plan을 위하여

운정서실 2024. 5. 12. 18:43

   인간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뜻대로 안 되는 일도 많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문제들 가운데는 해결하기 위해 진인사(盡人事)하고 대천명(待天命)을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사람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안 풀리고, 천명(天命)까지 기다려도 안 풀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contingency plan (CP)이나 redundancy plan (RP)으로 대비해야 한다.

1. 노인의 외로움에 대하여

   많은 노인들이 늙으면 누리게 되는 편익이나 자유에는 관심이 없고, 불편과 불이익에만 관심을 갖는다. 젊어서 시달리던 사회관계에서 벗어나면 홀가분하고 편하련만 그것을 사회적 고립으로 규정하고, 늙으면 외롭다고 징징댄다. 사회적 유대의 축소가 정녕 고립이고 외로움이라 한다면 외로움의 형성조건을 줄이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일이다. 그래도 외로움을 떨칠 수 없고 천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외로움을 정면으로 직면하고 그것을 최대한 미화하는 CP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즐기기까지는 못하더라도 견딜만하게는 만들 계획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2. 저출산문제에 대하여

   저출산문제는 우리의 구가적 현안이라고 누구나 인정한다.  정부는 해결책을 만드느라고 분주하다. 그러나 출산장려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당국은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온갖 출산촉진방법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쯤 해서 저출산을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적응하는 국가정책의 개발에도 가일층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출산을 전제로 하는 CP 개발에 많은 투자가 있기를 바란다.

3. 연금개혁에 관하여

   연금개혁 또한 국가적 현안이다. 이건 사실 세계적인 현안이다. 연금개혁의 핵심은 연금기금의 적자 내지 고갈을 막는 일이다. 이미 여러 가지 기금보호조치들이 제안되고 실시되고 있다. 그런 기술적 처방들은 나올 만큼 나왔다. 기금의 적자를 막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겠지. 그러나 모든 개혁노력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공적 연금의 기금은 '펑크'가 나게 되어 있다. 정책당국도 그걸 뻔히 알 것이다. 연금개혁이 적게 내고 많이 받으려는 인간의 본능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결국 터지게 될 '펑크'를 메울 CP를 은밀히라도 만들어두어야 할 것이다.

4. 싸우기만 하는 국회에 대하여

   사람들은 국회에서 싸움질좀 그만하고 정책국회를 만들라고 떠든다. 민생을 챙기라고 호소한다. 싸움질만 하는 국회 때문에 정치혐오증이 생겼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국회라는 데는 비생산적이고 파괴적인 정쟁만 일삼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나쁜 정쟁을 싫어할 사람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싸움꾼들을 골라 국회로 보내지 않았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싸움의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 원수를 찾아 가차 없이 보복하는 투쟁을 공약처럼 내세웠던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놓았다.  유권자들의  그런 행동은 잊고 싸움 좀 그만하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비생산적인 정쟁국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그것이 개선될 가망이 없을 때, 필요한 CP에는 무엇이 있을까. 막막하다. 강호제현의 아이디어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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