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표적수사 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고 한다. 공동발의한 의원수가 50인에 달한다고 한다. 수사기관이 표적수사를 한다는 의심이 있으면 법원이 영장도 발부해주지 말고 표적수사를 못하게 통제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이라고 한다. 법안이 사용하는 개념들이 모호하다. 그러나 발의한 의원들이 내심 원하는 바는 족히 짐작할 수 있다.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는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이 자기가 표적수사를 받고 있다고 선언하면 해당 수사는 못하게 하자는 의도 아니겠는가.
「표적수사 금지법」 같은 법안을 구상한 사람들의 뇌리에는 "왜 나만 잡느냐"는 논리,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없다"는 격언,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격언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세상에 뇌물 먹지 않은 자가 어디 있다고 내가 뇌물 먹은 것만 문제 삼느냐? 모든 사람이 문서위조하고 사는데 왜 내가 한 문서위조만 처벌하려 하느냐? 이렇게 항의하는 게 왜 나만 잡느냐의 논리이다. 표적수사를 금지하겠다는 말은 곧 다른 사람 놔두고 나만 잡지는 말라는 뜻이다. 나도 잡지 말라는 뜻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국회의원중에 표적수사를 당했다, 탈탈 털렸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모두 표적수사다, 조작수사다, 검찰이 소설을 쓴다 등등의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는가. 그러니 표적수사를 법으로 금지한다는 것은 정치인 범죄는 처벌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 정치권 밖에서도 현행범이거나, 수사할 것도 없이 첫눈에 증거가 분명하고 충분한 경우를 빼고는 모두 표적수사라고 주장할 것 아닌가. 범죄의 의심이 있어서, 범죄혐의가 있어서 내사를 하고 수사해 들어가고 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되지 않겠는가. 흉악범을 체포하려고 5년이고 10년이고 추적하는 형사들의 노력도 표적수사 금지조항에 걸릴 수 있다. 그럭저럭 범죄인이라는 개념만 남고 범죄혐의자라는 개념은 형사사법제도에서 사라지지 않겠는가.
만인은 법을 지켜야 한다. 법은 국회에서 만든다. 오랫동안 국회에서 법을 멋대로 만들어도 된다는 것을 국회의원들이 깨닫지 못했다. 그걸 이제 깨달은 국회의원들은 만시지탄이라 생각하겠지. 그러면서도 부처님이 해탈의 깨달음을 얻었을 때 느낀 기쁨만큼의 기쁨을 맛보고 있을 터이다. 그런 국회의원들을 지지하는 국민(유권자)이 다수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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