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분립의 정치구조를 가진 나라에서 입법부인 국회는 미세관리(micromanagement)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국회는 늘 그런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미세관리란 국회가 행정부의 일에 지나치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을 말한다. 미세관리는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3권분립의 목적을 훼손하는 일이다. 국회의 미세관리가 정체(政體: regime)의 근간을 교란할 지경에 이르는 경우 나는 그것을 악성미세관리라고 부른다.
최근 국회의 거조를 보면 악성미세관리의 수렁에 빠져드는 것 같다. 국회 권능의 한계를 무시하거나 무시하려는 모사가 일어나고 있다. 어떤 입법을 번개같이 서둘러 그것을 시행하게 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회를 빼앗았을 때 이미 악성미세관리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그 뒤에 행정부의 준입법권(명령제정권)을 국회가 직접 통제하는 입법(국회법 개정)을 발의하였다. 이건 3권분립제도의 원리를 도외시하는 처사이다.
이와같은 국회(다수당)의 폭주는 입법만능주의에 도취한 탓 때문이기도 하고 적개심으로 불타는 극렬 팬덤의 압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내친김에 국회 권능의 한계를 아예 무시하고 폭주를 계속하려고 덤비면 달콤한 유혹을 뿌리는 여러 대안들이 떠오를 것이다.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예산을 통째로 삭감하는 방안은 어떤가. 경찰·검찰을 포함한 모든 행정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국회의장에게 부여하는 방안은 어떤가. 법원의 최종판결은 국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도록 하는 방안은 어떤가. 이런 걸 어디선가 지금 실제로 연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다가는 파국이 올 것이다. 정치는 진정으로 몰염치해도 되는 직업이 아니다. 민주국가에서 다수결의 한계를 망각하면 큰 재앙에 봉착하게 된다는 이치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힘이 언제나 정의(正義)인 것은 아니듯이 다수가 언제나 정의인 것은 아니다. 소수에 의한 독재나 다수에 의한 독재나 독재이기는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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